높은 자리에 계신 양반들은 신중하기도 쉽고 여러 대책도 가지고 계시겠지. 참모 본부의 장군들 같은 사람이다. 실수로라도 총알이 닿지 않는 곳이다. 삶의 팍팍함 따위는 보고서로만 읽을 뿐이다. 우리처럼 시궁창에 온몸을 담근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 ‘페라말 신부가 장미의 기적을 청하다’ 중에서
농부, 목동, 상인, 인부, 나무꾼, 채 석공, 너나 할 것 없이 인류는 지구에 잠깐만 살고 갈 이방인이며 유배자라는 위험한 깨달음을 얻었다. 달구지의 소처럼 괴로움을 참아 낼 필요가 전혀 없다. 길을 잃고 헤매는 조난자처럼 그들은 세상의 안개를 뚫고 하느님 나라의 깃발을 보고 싶은 것이다. 즉 그것은 일종의 신호다. 기적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 겨울에 장미가 필 것이라는 신호다.
- ‘기적 대신 분노’ 중에서
해가 지기 전에 앙투안 니콜로는 방앗간에 가서 횃불을 가져온다. 흔들리는 횃불의 불빛 아래에서 그는 공들여서 물길을 찾는 세밀한 작업을 한다. 그가 희망했던 것보다 더 성공적이다. 베르나데트가 손으로 파던 곳을 몇십 센티미터 더 파 내려가자 어린아이의 팔뚝만 한 물줄기가 솟는다. 순식간에 구멍에 물이 가득 찬다.
-‘폭풍이 지나간 다음 날’ 중에서
마사비엘에서 샘이 솟은 것은 베르나데트의 승리일 뿐 아니라, 비고르 주민 전체의 황제와 교회에 대한 승리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이 성초와 횃불을 들고 행렬을 지어 마사비엘을 찾았다. 사람들이 행렬을 지어 오기를 원했던 여인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 ‘묵주 교환. 여인은 나를 사랑하신다’ 중에서
베르나데트의 얼굴 전체가 붉어졌다. 큰이모 베르나르드 카스테로처럼 가차 없고 단호한 모습이다. 성큼성큼 어린 동생에게 걸어가서 따귀를 갈기는데 어찌나 세찬지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선다. 소녀는 금화를 빼앗아 사형 선고를 내리듯 경찰의 앞잡이 방문객에게 던진다. 소녀의 행동이 너무나 신속하고, 당당하고 위압적이라 리브 판사도 마침내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금화와 따귀’ 중에서
사람들이 이별할 때처럼, 여인이 손을 들어 베르나데트에게 흔드는 것 같다. 베르나데트 역시 손을 들었지만 흔들 힘이 없다. 그녀는 어둠 속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저기 강물 위쪽의 밝은 빛이 여인인가? 아니면 이미 사라지신 걸까? 별이 더 많아졌다. 마치 자신들의 여왕을 영접하기 위해 더 밝게 빛나는 것만 같다.
- ‘이별 중의 이별’ 중에서
정신과 의사는 종잡을 수 없는 광범위한 대화로 소녀에게 애를 먹인다. 이런 대화 방식은 자코메가 반대 심문을 하던 것과 같은 목적이 있다. 베르나데트가 자신의 맹점을 실토하도록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과 의사가 만족할 만한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대답만을 할 뿐이다.
- ‘정신과 의사가 싸움에 끼어들다’ 중에서
교회가 설립하는 조사 위원회는 초자연적 작용에 찬동하기에 앞서 모든 종류의 자연적 설명을 적용해 보고 현대 비판 과학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 위원회에는 교리, 윤리신학과 신비신학의 교수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수의 의학, 물리학, 화학, 지리학 교수도 참가한다.
- ‘신의 손가락 : 주교가 여인에게 기회를 주다’ 중에서
보주 수녀는 진실을 깨달은 가운데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베르나데트의 무릎에 있는 종기는 일시적인 감염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죽음의 징후다. 골결핵은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치명적인 병이다. 질병이 진행되는 동안 긴 휴지기가 있는데 이것은 이 질병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 ‘샘이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중에서
너는 이제 지상의 천국에 있다. 네 두 눈은 우리의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보았다. 네 심장은 우리의 단단해진 가슴이 절대 담아볼 수도 없는 큰 사랑을 품었다. 그래서 너는 매일, 매시간, 마사비엘의 샘뿐 아니라 저 밖의 꽃이 활짝 핀 나무 하나하나에 깃들어 살아 움직이는구나. 네 생명이 시작되었다, 베르나데트.
- ‘나는 사랑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