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근 신부님의 말 >
들꽃을 마주할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고요히 되살아납니다. 특히 마루 끝에 걸터앉아, 흰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으신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 너머로 펼쳐져 있던 작은 정원, 바로 ‘어머니의 뜰’이었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가 지켜주는 고요한 뜰 안에서, 들꽃들은 계절 따라 피어났습니다. 어머니는 흙을 만지시고 씨앗을 뿌리시며, 마치 자연과 속삭이듯 뜰을 가꾸셨습니다. 그 모습은 어린 제게 자연의 순리를 가르치는 따뜻한 선생님과 같았습니다.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 한 해 동안 매주 하나의 들꽃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꽃말에 담긴 뜻을 따라 이야기를 써 내려갔고, 끝에는 꽃말과 어울리는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다 보니, 어느덧 50여 편을 모은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꽃들은 제가 직접 보았거나, 돌보며 마음을 나누었던 꽃입니다. 살아있는 기억 속의 꽃들입니다. 꽃말 역시 자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제 마음에 가장 깊이 닿은 의미를 선택해 걸맞은 이야기를 더하고, 어울리는 성경 말씀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들꽃에서 길어 올린 이 소박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위로와 삶의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언젠가 여러분 마음속에도 한 조각 ‘어머니의 뜰’이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추천사>
“들꽃은 소리 없이 피고, 조용히 지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의 섬세한 손길과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하며 숲해설가로 살아가는 한 사제가, 사계절 내내 피어는 들꽃들의 꽃말을 따라 묵상하고 써 내려간 글들을 엮은 소박한 찬가입니다.
- …자연은 하느님의 첫 번째 책이며, 들꽃은 그 안에 수놓아진 작은 문장들입니다. 이 책은 그 문장들을 조용히 읽어낸 한 사제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짧지만 깊은 사랑의 기록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이 글들을 통해 마음의 숨을 돌리고, 다시금 자연과 생명,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세상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들, 가난하고 병든 이들, 떠돌고 갇힌 이들, 목소리를 잃고 이름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십니다. 그들을 향한 하느님의 깊은 연민과 사랑은, 우리에게도 작은 것들을 향한 눈길을 배우게 합니다.
이 작은 책자는 그러한 사제의 시선과 마음이 담긴 글 모음입니다.…
…화려하고 큰 것들이 소란스레 흐르는 세상에서도,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는 작은 존재들의 용기는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작지만 단단한 생명들이 품어내는 삶의 깊이는 전혀 하찮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이 우리로 하여금 천천히, 찬찬히 바라보게 하고,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들은 이미 그 이상을 이룬 셈일 것입니다.…” - 김종강 (시몬 주교(청주교구장))